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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 울트라 러너의 경험"(퍼온글)
ㆍ글쓴이 : 사무국 (yc0727@unitel.cokr)   ㆍ조회 : 6246  
ㆍ등록일 : 2005-04-22 23:15:47  ㆍIP : 211.172.213.119
제1회 대회때 공식 마지막 주자이신 갈종완님께서 제2회 천진암
울트라에 도전하시는 초보자를 위하여 초보자의 입장에서 아주
좋은 글을 게시판에 올려 주셨습니다. 아주 유익한 글이라 판단
되어 이렇게 공지사항에 게시하오니 초보자님들은 꼭 필독을
권합니다. 글을 올려 주신 갈종완님께 감사드립니다.


제목 : 제 경험도 참고가 될까요?

우선 그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무리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 경험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자칫 무리하게 되면 부상도 우려될 뿐만 아니라  
그 좋은 울트라의 맛을 보지도 못하고  
결국은 멀리하게 되는 우를 범하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울트라 경력 1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가 졸필을 들게된 것은 
천진암 대회가 저에게는 제 생애 첫 울트라완주 대회로서  
각별한 애정이 있고, 이미 한번 달려본 코스라서  
제 경험이 도움이 될 듯도 싶고 
무엇보다도 님의 마라톤 주력이 저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금년 52세로 님보다는 다소 많은 나이이군요. 
마라톤 경력은 4년차로 최고기록은 3시간 58분이고  
풀코스 대략 10여회 완주하였습니다. 
울트라는 지난해 7월말 북한강 울트라에 첫 도전하여  
93키로 지점에서 포기하였고  
3주후인 천진암 대회에서 14시간 55분 기록인 
제한시간 턱거리로 생애 첫 울트라를 완주하였습니다.  
그 후로는 울트라의 맛에 깊이 빠져 풀코스는 거의 뛰지 않고  
울트라만 한달에 한번 정도 달리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주력도 님과 비슷하고 나이는 저보다 젊으시니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함정이 있습니다. 
울트라는 풀코스와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그 점을 잘 알고 대처해야만 완주할 수 있죠. 
지난해 저와 함께 천진암을 뛴 어떤 주자는  
3시간 20분대의 기록으로  저보다 아주 빠른 기록을 가졌으면서도  
결국 포기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우선 배낭을 매고 뛰어야 하는 점이 가장 문제입니다. 
미리 배낭 매고 뛰는 연습을 많이 해 주세요!!! 
배낭을 매면 뛰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물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어깨도 무거워지고 
후반부에는 발바닥조차 아파서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야간에 달리는 점과 주로통제가 거의 되지 않는  
도로를 차량과 함께 달린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주로안내와 표시가 있지만 길 찾기가 쉽지만은 않고 
달리는 차량을 피해가며 안전주행해야하고 
어두운 밤길을 랜턴빛을 의지하여 헤쳐가야 하고 
그리고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야 하고..... 

다음은 먹는 문제입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에게는 먹는 것이 현재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풀코스의 경우는 출발 3시간 전에 먹고  
어느 정도 소화를 시킨 다음에 뛰지 않습니까?  
울트라는 그래서는 배고파 뛸 수 없습니다. 
고성대회때 처음 참가하는 분께 제가  
출발 1시간전에 배불리 먹으라고 권했더니 반신반의 하시더니  
결국 나중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출발시에는 배가 부르면 잘 뛰지도 못하고  
다소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천천히 소화시키면서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벌써 배고픔을 느낀다니깐요!!!! 
그리고 어짜피 달리는 도중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데  
그때도 식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뛰어야 하거든요. 

다음은 연습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이거야 말로 간단히 말할 수 없고   
쉽게 조언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현재의 님의 체력조건, 앞으로 대회까지 남은 기간,  
연습을 할 수 있는 주변의 제반여건 등등 변수가 너무 많지요. 

저는 평소 산을 좋아하여 산을 많이 다닌 것이  
마라톤에서나 울트라에서나 도움이 된 듯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법 마른 편이어서 체력이 많이 딸리고  
쉽게 체력이 바닥나는 체질입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먹는 것이 중요관건이라는 거죠. 

풀코스와 달리 울트라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스피드보다는 체력이 보다 더 중요합니다.  
체력이 좋아야 지구력이 좋아지고 
후반에서도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더군요. 

따라서 연습은 주로 체력보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평소 멀리하던 헬스가 요즘 저에게는  
달리기 이상으로 중요한 훈련종목입니다.  
하체뿐만 아니라 상체훈련도 중요합니다. 
배낭정도는 상체에서 담당해주어야 하거든요. 

그 다음 좋은 훈련은 언덕 또는 산악달리기 입니다.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리 근력도 좋아지고 호흡훈련도 됩니다. 
저는 제주일주 200키로에 도전했다가  
125키로에서 호흡장애로 포기했는데  
호흡훈련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호흡훈련으로는 인터벌훈련도 아주 좋습니다만 
충분히 근력이 길러지기 전에 했다가는 무릎부상입기 딱 알맞고 
(저는 주위에서 그런 주자들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그 대체훈련으로 언덕훈련이 훨씬 낫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시간과 거리의 중압감에 대한 극복인데요.... 
4시간 전후, 40키로 남짓 뛰다가 울트라세계에 들어오면 
벌써 단위가 달라집니다.  15시간 이상, 100키로나 되는 거리....... 
처음에는 중압감이 들게 마련입니다.  
도대체 얼마를 더 달려야 하는지  
참으로 막막하고 답답하고 힘들더군요. 

그러나 울트라 입문 1년여가 지난 지금 저는  
이제 100키로는 별로 멀어 보이지 않습니다.  
잘난 척 하는 거라구요? 
그게 아닙니다!!!!! 

저는 요즘 시중에서 파는 젠틀런닝(Gentle Running)이라는  
달리기 방식에 깊이 공감하고 실천해 보려고 노력중인데요..... 
한마디로 몸이 가는대로 달리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책에서는 3+1 방식이라고 하여 
다리가 아닌 골반중심으로 달리기, 중력을 이용하여 달리기, 
착지를 뒤꿈치가 아닌 발바닥 전체로 하면서 몸을 앞으로 굴리기 
(달린다기 보다 굴러가라고 하네요....)  
그리고 코로 호흡하기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요지는 편안하게 몸이 말하는 대로 달리라는 점입니다. 

이런 달리기 방식을 실전에 응용해 봅시다. 
남은 거리가 멀면 어떻고 힘들고 험하면 어떻습니까? 
한걸음 한걸음 달리다 보면 결국 더 달릴 거리도 없어지는 것이고 
힘들면 천천히 달리면 되는 것이고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오면 미련없이 포기하고  
그리고 희망을 갖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얼마나 여유있어 보입니까? 

아니 그러다가 완주는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 그럼 꼭 완주를 해야만 하는 건가요?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이것에 대한 답은 각자의 달리기 철학에 따라 다 다를 것입니다. 

님도 서바이벌 울트라대회에 참여한 이상  
그 취지를 잘 아실 것입니다. 
서바이벌대회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기의 힘과 노력만으로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며  
1등이든 꼴찌이든 제한시간내 완주자에게는 차별이 없습니다.  
1등에 대한 시상도 없습니다.  

저는 울트라마라톤을 이제는 여행이라 부릅니다. 
오가는 길은 사실 여행 그 자체가 아닙니까? 
대회의 코스가  우리 삶이 배어있는 정겨운 자연이고,  
밤이 새도록 맘이 맞는 주자와  
거친 호흡을 함께 나누면서 인생을 음미하고..... 
어떤 대회든 그 대회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어  
저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느라 늘 즐겁습니다. 

그럼 완주는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저는 금년 1월부터 월 1회정도로 5차례 대회참가 했는데 
125키로에서 포기한 제주 대회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제한시간내 완주는 했습니다. 
(기록은 대부분 제한시간 언저리이지만....) 

결국 저는 제한시간동안 울트라의 맛을 충분히 즐기자는 겁니다. 
물론 저의 주력이 딸려서 그런 점도 있지만  
점차 주력이 좋아지더라도 저는 쎄빠지게 앞을 향해  
무작정 달려만 가는 그런 달리기가 아니라 
달과 함께 별과 함께 때로는 함께 달리는 옆 주자의 깜빡이와 함께 
때로는 호숫가도 달리고 때로는 바닷가도 달리고  
또 때로는 인적없는 산길도 달리고  
그렇게 달리기에 취해 달리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 저에게는 100키로는 먼거리가 아니고 
그저 내가 좋아서 가고 있는 길이고 
즐거움과 기대감이 있는 길인 셈이지요. 

저는 항상 현재만을 생각하고 달리려고 합니다. 
남은 거리를 계산하고 힘든 다리를 생각하면  
정말 달리기가 힘들어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초반에는 그렇게 힘이 펄 펄 나다가도 
후반 체력이 고갈되고 나면, 
오버페이스로 한번 주저앉게 되면 
1키로는 너무나 먼 거리입니다.  
아니 겨우 몇백미터도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는 남은 거리를 계산하지 않고  
지금 달리기에만 열중하고 현재의 달리기를 즐기려고 합니다. 
님도 한번 그렇게 해 보세요. 달리기가 훨씬 즐거워집니다. 

훈련도 어느 정도 되고 대회일이 다가오면  
이제는 테이퍼링과 휴식이 중요해 집니다. 
훈련이 부족하거나 초보인 경우 대회일이 다가오면  
불안한 마음에 더 많이 훈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금물입니다!!!! 
최고의 훈련은 휴식입니다!!!! 

이론적으로 알아도 실천은 쉽지 않지요.... 
저도 제주 200키로때 대회 1주일전에 풀코스를 뛰고 참가했는데 
초반부터 벌써 몸이 무겁고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제주 일주 중도포기의 주된 빌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소잃고 외양간을 고친 미련둥이가 되었지요. 

훈련은 충실히 해야 하지만 
대회가 가까와 지면 이제는 욕심과 걱정을 접고 
훈련량을 줄이면서 몸을 쉬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 먼 거리를 내 몸을 지탱해 주면서 달려 줄 다리가 아닙니까? 
많은 량의 훈련보다 생생한 다리가 훨씬 도움이 됩니다. 
다소 모자라더라도 대회 2주 전에는  
강한 훈련이나 장거리 훈련은 끝내야 합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중요 포인트죠. 

마지막 준비 사항은....  
혹시 시간이 나시면 주로답사를 하시거나 
도상으로라도 주로파악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주로를 잘 모를 경우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딴 길로 가게 될 우려가 있고  
(딴 길로 가게 되면 십중팔구는 완주하기 힘들겠지요?) 
또 하나는 그것이 우려되니까 나보다 주력 좋은 사람과  
동반주하게 되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자칫 잘못 동반주하게 되면 자기 페이스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뛰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때로는 동반주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혼자서 뛸 각오를 해야 하고  
또 그것이 완주에 도움을 줍니다. 
그러니 혼자서라도 길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캄캄한 밤중 인적없는 산길을..... 

훈련도 끝났고 주로답사도 하셨으니 
이제는 저와 함께 도상으로 함께 완주를 한번 해 보시죠. 

참고로 지지난주 대청호반 울트라때  
님과 비슷한 분과 저는 동반주하여 제한시간내 완주를 하였습니다. 
물론 그 분이 저와 동반주 하지 않았더라도 완주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 분의 말씀대로라면  
저의 동반주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니 저로서도 보람있었고  
또 혼자서가 아닌 함께 가는 십장생의 길이 되었었죠.  

(그 분도 나이가 님과 비슷하고  
주력도 비슷하고 달린 횟수도 비슷합니다.   
그 분은 저와 마찬가지로 산을 좋아하여 
등산을 많이 했고 체격조건은 저보다 좋아 보였습니다. 

큰 부상없이 완주했는데  
발바닥이 아파 많이 고통스러워 하더군요. 
처음 출발때는 힘이 철철 넘쳐  
완주하고 나면 저와함께 성지순례 222키로를 달리자고  
약속아닌 약속도 했는데..... 
완주후에는 발바닥 고통이 생각보다 심한지  
다음 기회로 미루었죠.) 

자 함께 달려 보시죠. 
출발과 동시 우리는 천진암을 향해 계곡을 거슬러 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앞질러 가고 나도 힘이 남으니 따라가고 싶지만 
그 유혹을 꾹 누르고 참으면 나중에는 웃게 되지요. 

저는 대청에서도 전주에서도 꼴찌그룹에서 달렸습니다. 
저는 천진암에서도 그럴 생각이고 늘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님도 그렇게 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풀코스 이상으로 울트라에서도 초반 오버페이스는 나중 힘들게 합니다. 
초반에는 힘을 아끼세요. 

그리고 천진암 계곡으로 흐르는 맑은 물을 보며 인생도 음미하고 
그때쯤에는 이름모를 들풀과 나무잎새들이 푸르른 싱그러움을  
한껏 뽐낼때 쯤이니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마음껏 보며 즐기세요. 

이제 천진암 반환점에서 되돌아서면 신나는 내리막이죠? 
그러나 조심하세요!!!! 
충분히 내리막 훈련을 하여 자신있다면 혹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신나는 내리막이라고 내달리지 마세요. 

저도 몇번쯤 그리고  
지난해 바로 그 천진암 내리막에서 신나게 내달렸는데....  
후반에 가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제발 좀 참으세요. 
내리막에서 달리면 허벅지 앞 부분이 하중을 받게 되는데 
그 부위가 아프면 달리기는 곧 고통으로 연결됩니다. 

젠틀런닝에서 말씀드렸지요? 
장거리 달리기는 다리가 아니라 골반으로 하는 것이고 
허벅지 앞부분이 아니고 뒷부분으로 하는 것입니다. 
허벅지 앞부분은 빨리 달릴 때 필요한 근육이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반대방향으로 가게 되는데 
응원하는 대회 진행자분들에게  
감사의 손도 한번 여유있게 흔들어 주시고  
아직은 힘도 있으니 환하게 한번쯤 웃어도 주시고.... 

그리고 우리는 팔당호반을 따라  
심심챦게 나타나는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게 됩니다.  
호반에 비친 달빛도 아름답고 밤하늘의 별빛도 아름다울 때죠.  
남한강 건너편으로는 6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또는 용문산이나 아니면 보다 더 멀리 설악산 쯤으로  
나들이를 떠나는 차들이 줄지어 환하게 불을 밝히고 달려갑니다 
우리도 덩달아 남한강을 거슬러 오르며 달려 갑니다. 

지난해 저는 초반 내리막 빨리 달리기 등이 겹쳐  
30키로 쯤에서 벌써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완주를 못할까 노심초사했는데 
반대로 되돌아오는 길. 다음날 아침이었죠. 
신기하게도 제몸이 장거리 달리기에 적응되기 시작하더니  
훨씬 수월하게 70키로 80키로 지점을  
제법 열심히 달려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몸의 적응력은 놀랍습니다. 

초반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더라도 저는 30키로 전후 쯤이면  
일단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뛰기가 힘들어 집니다. 
지난해 천진암때는 할 수 없이 걸었습니다. 하염없이...... 

그러나 이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 고통은  
제 몸이 힘든 장거리 달리기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조금만 참고 견디면 제 몸이 적응하여 
달리기가 다시금 즐거워질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저는 때로 힘들면 걷기도 하지만 
달리다가 힘들면 페이스를 늦춥니다. 
제 몸이 덜 힘들어 하도록 말입니다. 
그래도 힘들면 더 페이스를 낮추고.... 
그리고는 제 몸과 대화를 합니다. 
그래 너도 힘들거야. 하지만 이 고통은 잠깐이야. 
조금만 참자. 힘들어도 내 몸을 지탱해주는 네가 고맙구나. 

그래도 힘들때는 제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립니다. 
페이스는 늦춘 채로.... 
저 오두막집이 참 정겹구나. 꼭 어릴 적 우리 동네같아. 
내 옆에서 달리는 저 사람은 힘들지도 않은가봐. 잘도 달리고 있네. 
오늘밤은 달빛도 외로워 보이는군.....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한동안 달리다 보면 
이제 달리기에 익숙해진 제 몸은 한동안 잘 달려 줍니다. 

그런데 조금 가면 이제는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분명히 출발 한시간 전에 배불리 먹었건만 
그 탄수화물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벌써 허기가 집니다. 
그러면 이제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주인님!  제 다리에 영양분 좀 공급해 주세요. 

안방이 따로 없습니다. 
혹시 마을앞을 지날 때면 버스승강장이 딱 좋긴 한데.... 
사정없이 배가 고파오면 더 달릴 힘이 없습니다. 
길가 아무 곳이나 그냥 엉덩이를 대고 앉습니다. 
그리고는 무엇이든 먹습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이때 먹는 것보다 더 진수성찬이 따로 없습니다. 

먹고나면 이제 힘이 솟습니다. 
다리의 근육에 따스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이제 제 다리는 또 열심히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한없이 달려 가지는 못하지만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엑셀을 밟으면 앞으로 잘 나가는 내 차처럼 
엥꼬가 나기 전에 기름만 채워주면 잘 나갑니다. 

그런데 잘 나간다고 너무 달려버리면 
그만 오버히트하고 맙니다. 
초반에는 오버페이스를 중반이후에는 오버히트를 조심해야 합니다. 

몸안에 열이 많아지면 우리 몸은 힘들어 합니다. 
발바닥도 힘들어 합니다. 힘들어도 참고 그냥 달려 버리면 
발바닥이 참다 못해 드디어 터져 버립니다. 그것이 물집입니다. 
물집이 한번 잡히면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치명적인 부상이 아니어서 달려도 큰 지장은 없지만  
달리기도 고통스럽고 시간도 많이 소비하게 합니다.  
따라서 물집 예방도 역시나 중요합니다. 

물집 예방을 위해서는 바세린을 바르거나, 테이핑을 하거나, 
발가락 양말이나 겹양말을 신거나 등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무리하지 않고 미리 미리 쉬어주는 것입니다. 

100키로나 되는 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르막은 걷거나, 힘들어서 걷거나 어쨋든 대부분 걷거나 쉬어 갑니다.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걷기 보다는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조금씩 미리 휴식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휴식할 때는 신발을 벗고 때로는 양말도 벗고  
발바닥을 맛사지 해 주거나 계곡물에 담글 수 있으면 더욱 좋죠. 
차가운 물 속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발을 식힐 때 그 맛!!! 
정말 죽이죠.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조금 쉬고 나면 우리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집니다. 
그때 또 무리하게 내달리면 금방 오버히트하게 됩니다. 
그러니 천천히 즐기면서 런너스 하이를 만끽하세요.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천진암의 최대 난코스인 산고개길이 나옵니다. 
다들 걸어 올라 갑니다. 젊음을 과시하지 마시고 미련없이 걸으세요. 
그러나 우리는 나들이객이 아니니까  
달리기의 한 방식으로 걸어야 합니다. 
오르막을 빠르게 걸어 오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까 예를 들었던 대청호반의 그 동반주자 기억 나시죠? 
그 코스에서 가장 힘든 곳은 피반령이라는 곳입니다 . 
장장 4키로 이상을 한시간이나 올라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곳을 40여분만에 올랐습니다. 
그 동반주자는 힘들어 하면서 제 걸음이 빠르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제가 빠른 게 아니고 그 주자가 느린거죠. 
(초반에는 너무 빨리 가려고 해서 
제가 고삐를 죄느라고 힘들었죠......) 

오르막을 오를때는 그동안 달리느라 고생한 
우리의 허벅지 뒷 근육 아시죠?  
그리고 골반을 지탱하는 근육과 허리근육등을 쭉쭉 펴면서  
스트레칭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어느듯 또 내리막입니다. 
잔소리 안해도 이제는 천천히 내려가실 거죠? 
내리막을 즐겁게 내려가다 보면 정겨운 시골마을을 지나고 
지난해에 반환점이었던 곳을 지나쳐  
올해는 양평대교까지 가야 반환점이라고 하는군요.  
(대신 후반 지쳤을 때 천진암 오르막을 다시 오를 일은 없지요.) 

그곳까지 가는 동안은 큰 오르막도 없고 
길 옆으로는 남한강도 유유히 흐르고   
까페촌이나 음식점동네도 지나게 되어 즐겁게 달릴 수 있습니다.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따끈한 커피라도 한잔 하고 싶지만.... 
우리 같은 느린 주자들이 그곳에 당도하면  
한밤중이나 새벽녁쯤이어서 모두들 꿈나라에 가 있을 겁니다.  

조금만 참고 더 가다 보면 드디어 반환점이 나오고 
천진암의 명물, 호박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벌써부터 입맛이 다셔지는군요. 
세그릇은 너무 하고 여기 호박죽 두 그릇 주문이요~~~~ 
곱배기로 해 주세요. 박영철님!!! 

이제 되돌아오는 길은 남은 길이 계속 짧아지는 신나는 길입니다. 
힘든만큼 거리도 비례하여 줄어드니 얼마나 기쁩니까? 

그러나 기쁨도 잠시  
우리는 아까의  그 고약스런 그 산길을 또 되집어 넘어야 합니다.  
왜 주최측은 반환코스를 만들어 힘든 코스를 두번이나 넘게 하는거야 .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냐?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습니다그려. 
그 캄캄한 꼭두새벽에 산길을 혼자 넘게 되다니.... 

그러나 인생길은 어짜피 혼자서 가는 길임을  
다시금 절감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이 길을 달리던 제가 존경해 마지 않는 김학윤이라는 분은 
이 길을 달리면서 절대고독을 느끼며 즐겼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인생을 논하기에는 풀코스 마라톤은 너무 짧기 때문에 
울트라가 제격이라며 울트라의 세계로 초대하더군요. 
구구절절히 제 마음에 와 닿았던 그 분의 완주기중 일부입니다. 

그렇습니다. 
재미없다, 힘들다, 주최측이 너무 한다는 둥 푸념하지말고 
지나 온 인생길을 반추해 보기도 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길을 보다 더 알차고 희망차게 설계해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고개마루에 올라서게 되고  
또 안보이던 주자들의 깜빡이도 여기 저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동반주하다가도 때로는  
혼자 떨어져 지금처럼 혼자서 걷고 달리곤 합니다.  
출발때부터 골인때까지 거의 전 주로를 동반주했던  
대청호반의 십장생의 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개를 넘고 마치 어릴 적 우리동네 같은 시골길을 달리며  
옛생각에 젖어 달리다 보면 다시금 남한강변을 끼고 달리게 됩니다. 
그때쯤에는 어느듯 어렴풋이 날이 밝아 올 겁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다는 말처럼  
어둡기만 할 것 같더니 기어이 새벽은 오고야 마는구나하면서 
저는 또 새로운 희망을 꿈꿉니다. 

지난해 저는 바로 그 남한강변을 달리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남한강을 집어 삼킬 듯 휘감아 오르고 내리던  
장엄한 새아침의 물안개를 보았답니다. 

뛰던 걸음을 멈추고 저는 심호흡을 하면서  
그 물안개를 삼켜 버렸습니다. 물안개와 남한강과 함께 
자연에 동화되는 느낌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새벽녁에 보는 자연은 너무나 깨끗하고 청순합니다. 
새벽이슬 머금은 풀잎을 보면 참으로 가슴 설레입니다. 
새생명이 약동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지난해 이 남한강변을 달리면서 
초반에 힘든 것을 참고 견디면 후반에는 견딜만 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였습니다. 
그 후 어느 울트라 대회를 참가하든지 
초반에 힘들면 그때 그 남한강변을 떠올리며 힘을 얻곤 했답니다. 

이제 태양도 떠오르고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하면 
우리의 달리기도 이제는 접어야 할 때가 된 듯 합니다. 

초반에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중반에도 오버히트하지 않고 꾸준히 달려왔다면  
조금은 힘이 들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즐겁고 행복한 고통일 겁니다. 

팔당호반에 장엄하게 떠오르는 찬란한 햇살을 등지고  
마지막 남은 오르막 내리막을 몇번 더 걷고 달리다 보면 
드디어 도수초교 정문앞에 걸린 골인아치가 보입니다. 

아 !! 나도 드디어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하고 
당당한 울트라러너가 되었구나!! 
그 힘들고 고통스럽던 100키로를 내가 극복하다니.... 
두 팔을 활짝 펴 들고 만족한 웃음을 지으면서 
행복에 겨운 세리머니를 준비하세요!! 

저는 요즘 울트라의 맛에 심취하면서  
초반에는 천천히 그리고 자주 휴식을 하면서 
후반 특히 90키로를 넘길 즈음에는 
가능하면 쉬지않고 가능하면 오르막도 걷지 않고 
가능하면 보다 페이스를 올려서 
힘있게 달려 보려고 합니다. 

저는 전주울트라때 그런 경험을 처음 하였고 
대청에서도 청남대 가는 길에서  
3주후 있을 성지순례를 대비하여 몸을 아껴야 하기에  
오르막은 걸었지만 
그래도 힘이 남은 상태로 골인점을 통과하였습니다. 

힘이 남은 상태로 골인을 해야 회복도 빠르고 
또 그 좋은 울트라 여행길을 바로 떠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 도상으로나마 저와 완주를 하셨으니  
님은 충분히 해 낼 수 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하십시요.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라는 것을 마라톤 입문 당시 들었는데 
저는 지금도 그 말은 만고의 진리라고 믿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고 땀 흘린 만큼 그 댓가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울트라의 세계에 오신 것을 먼저 온 입장에서 
진심으로 환영해 마지 않습니다.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울트라의 세계는 무궁무궁한 새로운 탐험의 연속이 될 겁니다. 

저는 다음 주 성지순례 222키로를 마치고 천진암에 찾아 갑니다. 
성지순례코스가 천진암코스와 일부 겹치기도 하지요. 

저도 지난해 100마일까지는 뛰어 보았으나  
금년 제주 200키로를 실패하는 바람에  
이번 성지순례가 200키로 이상의 첫 경험입니다. 
여러 여건상 완주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어린 시절 소풍가던 날처럼 가슴 설레이며 
성지순례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심정적으로 저와 비슷하여 쓰다보니 
너무 장황하게 된 것 같고 또 주제넘은 표현도 있는 것 같군요. 
울트라의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고 
혹 필요하시다면 일천한 경험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주로에서 뵙도록 하죠. 
제 연락처는 
011-476-9243 
e메일은 jwgal@iklc.co.kr입니다. 

감사합니다. 

울트라를 알게 되어 늘 행복한 
초보 울트라러너 갈 종 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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