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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진암 자봉을 다녀와서...자봉후기(펀글) |
ㆍ글쓴이 : 사무국 ㆍ조회 : 4772
ㆍ등록일 : 2006-05-23 00:46:19 ㆍIP : 218.147.175.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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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해오는 전율을 느끼며 눈물이 핑돈다,
자원봉사 계획표에는 총무부장님과 내가 한조로 되어있었는데 대회장에서 받아본
상황은 (오!!마이갓!!) 그게 아니었다.
불참하신분들이 계셔서 마라톤 자봉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는
입문 3개월차인 나에게 혼자서 주로를 지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총무부장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나는 깃발하나랑 빨간 원뿔표시대3개랑
여의봉(수경생각)을 지급받고 주로위치에 배치 되었다.
내가 서있던 지점은 다행히 상가가 있어서 은근히 걱정하던 화장실 걱정은
일단 안심이었다.(한번도 이용은 못했지만...)
모자도 안쓰고 주로에서 여자혼자 서 있는게 맘에 걸렸는지 상가 아저씨가
모자도 빌려주시고 바람에 자꾸 쓰러지는 깃발도 테이프로 고정시켜 주셨다.
(감사감사 함다.아쟈씨=오타아님..이쁜애교임)
6시에 출발하신 100km 첫번주자가 41분경에 지나가셨다.
배번호에 이름이 쓰여 있어서 나는 한분한분 이름을 불러주며
"잘 다녀 오십시오. 000님 화이팅!!!
하고 힘을 실어 드렸다.
조금있으려니 계속해서 주자들이 지나가셨다.
조금 뜸할때는 코너쪽을 주시하면서 주자들의 모습이 보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그심정은= 사랑하는 남편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돌아온다는소식에 골목어귀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의 애타는 심정이랄까...)
주자들의 모습이 보이면 난 알수없는 흥분을 했고 감격해하며 기뻤다.
100km주자가 다 지나가고 나서 우리 1조는 총무부장님의 차를 타고 만두집에 모여서
지급된 도시락과 만두를 시켜서 저녁을 넘 맛있게 먹었다.
우린 서둘러 저녁을 먹고 9시에 출발하는 66km 울트라맨들을 맞이하기위해
각자의 위치로 돌아왔다.
그땐 어두운 상태라 낯선거리에 홀로 남겨진 나는 긴장을 했다.
조금 있으려니 멀리에서 흔들리는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
너무 반가웠고 난 또 알수없는 흥분을 했다.
(무슨 말들로 위로를 해주고 힘을 주나....)
어두워서 이분들에게는 이름을 불러드릴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자분이 지나가면
"언니,존경합니다.잘 다녀 오십시오" 라고 있는 힘껏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66km 마지막 주자가 지나갔다.
앞에가신분들 보다 너무 많이 뒤떨어 지셔서 난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그언니는
" 내가 꼴찌에요. 이제 쉬세요 ."라고 하시면서 걱정한거와는 달리
씩씩하게 달려 가셨다.
어둠속을 그야말로 칠흙같은 어둠속을 더구나 시골길이라 도로도 좁고
가로등도 없는 그런길을 그분들은 외로이 힘겹게 밤새 달리셨다.
울트라의 엄격한 규칙에 맘이 아파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준비한 장비(이마에쓰는 불빛)가 고장이나서 착용을 안하고 달린다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주자에게 규정상 배번호를 뺏고 실격처리하겠다는 소리에 난 너무 마음이 아파서
견딜수가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시내에 나가서 그분께 그것을 사다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66km선두 주자가 반환점을 통과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첫번째 주자가 내 앞을 지나고 나서부터 난 한시도 자리를 비울수가 없었다.
다음 주자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혹시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통과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주자들은 밤새 힘겹게 달려 오면서 그나마 그 어두운 시간에 힘을 얻을수 있는곳은
자봉들이 서있는 자리일거라는 생각에 나는 그야말로 화장실도 안가고 그자리에서
새벽을 맞이했다.
새벽 2시가 넘어서 큰사거리엔 신호등만
깜빡 거릴뿐 달랑 가로등 하나로 나는 어둠을 밀어내며 자리를 지켰다.
주자들이 안지나갈땐 나는 깜빡이는 여의봉을 휘두르며 알수 없는 춤들을 추며
외로움과 무서움을 달래었다.
간혹 신호를 지키느라 서있는 차량들을 여기저기 상황에 맞게 여의봉으로
지시를 해서 보내기도 했다.(세상에 내가 교통신호도 하다니...ㅋㅋㅋ)
난 그렇게 혼자있는 시간을 즐겼다.
순간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땜시 너무 놀래서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기도 하고
어둠속에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개를 보고 사자 같이 보여서 뒤로 멈칫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난 재미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주자들이 서서히 들어 오는 불빛들이 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어느 불빛들이 나에게 그토록 큰감동을 줄것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하겠는가.
난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보이면 너무 기뻐서 팔짝팔짝 뛰면서
여의봉을 흔들며 그들을 반겼다.
"무사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존경합니다."
"자리 지킨다는 약속 지켰죠??"
나는 일일이 한분한분 빼놓지 않고 허리를 숙여 배꼽 인사를 했다.
아니 그순간 솔직한 심정은 그보다 더한 무릎꿇어 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여명의 아침이 밝아오고 내생에 가장 값진 여명의 아침을
난 그곳에서 맞이했다.
그 순간 난 또 많은 생각들로 눈물이 핑돌았다.
너무 지친 언니를 어느분이 부축하다시피 하며 내앞을 지나가실때는
그언니의 아픔이 내아픔인양 난 하염없이 울면서
"언니 존경합니다.언니 무사히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정말 고맙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언니를 보냈다.
다시 마을을 가다듬고 주자들을 기다리다 보면 멀리서 힘겹게 걸어오시는
모습이 보여서 내가 두손을 번쩍들고 흔들면 그분들도 지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손을 들어 답례를 해주시면서 다시 힘을내서 달려오시곤 하셨다.
군대간 아들이 첫 휴가를 나오면 우리네 엄마들이 버선발로 뛰어나가실때의 반가운심정이 이보다 더하리오.
66km를 꼴찌로 달려서 걱정했던 언니가 반환점을 돌아 내앞을 지나갈때도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던지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후딱지나(울트라 맨들에게는 기나긴 시간이었겠지만) 마지막 주자까지 보내고 우리 1조는 철수를 했다.
차를타고 본부로 가는길에 힘겹게 때론 씩씩하게 달리고 있는 주자들을 보면서 또 마음이
아프고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100km울트라가 우리네 인생사와 무엇이 다를꼬.
내리막길도 있고 평지도 있고 가파른 언덕길도 있고 땀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도 있고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도 있고 위험한 교차로도 있고 배고픔도 있고 목마름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온몸에 아픔도 있고....
우리네 인생사가 그러하다고 본다.
특히 이번 골인 지점의 길고긴 가파른길은 우리가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과도 같지 않은가
생각한다.
젊어서 건강에 신경 아쓰고 계획없이 살아오신 분들께는 노년이 얼마나 힘겹고 초라한가.
그또한 마찬가지로 어설픈 준비와 패이스 조절없이 달리신 분들은 골인지점을 남겨두고
그 가파른 언덕길이 얼마나 고난의 길이었을까.
난 이번 대회를 통해 너무나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분들의 아픔이 내아픔처럼 느껴졌고 그분들의 완주기쁨이 곧 내기쁨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4회 천진암 울트라 대회때도 이번처럼 그자리에서 존경스러운 그분들을
또 맞이하고 싶다.
그날 함께 자봉에 참여하신 모든분들께 깊은감사를 드립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쫌더 아니 많이 많이 성숙해진 문수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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