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6번국도를 따라 양평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양수(兩水)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난다하여 두물머리(두개의 물줄기가 만나는)라고도 하는데
지난달에 열린 북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가 이곳을 기점으로
북한강을 따라 남이섬을 왕복하는 코스라면
천진암 울트라마라톤대회는 남한강을 따라 달리는 코스이다.
물론 천진암을 다녀오는 코스도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았던 코스는
귀여리 삼거리에서 부터 왕창리에 이르는 15km정도의 337번 지방도로.
북한강에 비해 부드럽고 여성적인 남한강의 모습은 일찌기 여주대회에서도 느꼈었지만
여주에서 보는 남한강이 꾸미지 않은 시골처녀의 풋풋함이라면
이곳에서 보는 남한강의 모습은 세련된 도시 여성의 우아함이다.
날씨마저 달리기에 무척 좋았던 이번 대회는 마지막 구간인 23km를
지난 호미곶 울트라 때와 같이 열심히 달려서 기분좋은 노곤함으로 마친다.
참가자가 75명으로 한산한 대회덕에 가족같은 오붓함을 즐겼으며
특히 반환점을 돌아서 언덕을 넘는 코스에선 한시간을 앞뒤로 아무도 없이
칠흙의 깜깜한 주로를 혼자서 넘는 '절대 고독'을 맛보기도 한다.
무서움보다는 외로움에 몸이 떨린다.
외로움만큼 무섭고 처절한 것이 있을까,
이 세상 어디에도 아무도 없다는 느낌,
그런 '절대 고독'을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무서운 사람이 아닐런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런 외로움을 이기려면 많은 상념이 필요하다.
마치 산에서 위급상황을 맞았을 때 얼어죽지 않기 위해 밤새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아무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을 달리며 난 노래를 부른다.
처음에 그것은 생존의 몸부림이었지만 나중엔 '초월의 여유'로 다가온다.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많은 상념들,
누가 마라톤을 인생이라 했던가,
인생을 논하기에 마라톤은 너무 짧고 너무 빠르다.
인생을 노래하려면 역시 울트라가 제 격이다.
울트라엔 인간사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으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언덕의 묘미,
달고 쓴 맛을 알아야 인생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지니,
인생을 논하고 싶은 자여, 울트라의 세계로 오라~~^^
***코스 및 랩타임
1. 도수초등교-천진암-귀여교 삼거리(02:55'38/25.1km)(10분 휴식)
윤장웅님의 사회에 따라 오후 정각 7시 출발,
천진암을 향하는 길은 낮은 오르막의 연속, 계곡의 정취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한자리에 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이 있으면,
또 다른 곳을 찾아 달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살아가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니까.
다만 난 달리는 쪽을 택한 걸 다행으로 여기며 즐거워 할 뿐,
천진암 우산야영장에서 반환, 이번엔 역순의 내리막 길을 달려
출발지인 도수초둥교를 거쳐 수리울 농원-귀여리 삼거리(2cp)에 도착,
10여분 휴식하며 발을 식힌다.
2. 귀여교 삼거리-남한강변-왕창리-항금리 삼거리-강하면(반환점)
(03:37'56 = 06:33'34/51.2km)(26분 휴식)
남한강변 약 15km의 337번 지방도로는 이번 대회의 백미.
반환점에서 만난 분들, 상담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조금밖에 해드리지 못해 죄송,
3. 강하면-언덕-남한강변-귀여교 삼거리(03:32'55 = 10:32'20/77.3km)(9분 휴식)
돌아올 때 많은 상념에 사로잡혔던 '절대 고독'의 언덕을 노래를 부르며 넘다.
4. 귀여교 삼거리-퇴촌-천진암-도수초등교(03:06'02 = 13:47'13/100km)
마지막 구간을 걷지않고 무척 열심히 달리다.
학윤형님과 이성윤님에 이어 27번째로 골인.
올해 6번째 100km, 5번째 서바이벌을 큰무리없이
좋은 코스에서 기분좋음으로 마치게 되어
대회를 만들어주신 박영철님과 여러 스탭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밤새 수고하신 강남마라톤 여러분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분들 특히요,
마지막 3km에서 노고운해님이 주신 쭈쭈바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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